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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나무

by Skysketcher 2020. 7. 23.



나무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았을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류시화

-시집(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중에서-


밖에 소나기가 내린다. 소낙비가 땅을 때려 풀내음을 일어나 창문 사이로 들어왔다. 문 열어 두고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들어 더위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일기예보에도 없던 소나기는 더욱 반갑다. 맑은 날씨보다 비오는 날을 더 좋아한다. 빗소리 듣기도 좋고 공부할땐 집중에 도움을 받고 책 읽을땐 분위기 있게 책 읽는것도 가능하게 해서다. 잠 안올때 빗소리가 특히나 효과가 좋은데 오늘은 자기 전 시 몇편을 읽는 중에 듣는 빗소리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것 같다.


빗소리를 들으며 "나무"를 읽었다. 타국에서 홀로 살아내고 있는 중이라 부모님 생각을 하게되는 시 한편이다. 매주 전화 하지만 전화 할때마다 어디 아픈데는 없냐, 굶는거 아니냐, 뭐라도 보내줄까, 주변 사람들은 괜찮냐 등등, 나이가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부모님 걱정은 늘 똑같다. 언제나 어리고 앞가림 잘하나 걱정되나보다.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았을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부모님의 모습이다. 타국 살이 내 방황과 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공감해주신다. 힘들다고하면 배로 안타까워 하시는 부모님에게 더이상 투정부리는 것은 불효일 것이다. 큰 효도는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걱정만 끼치는 불효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다짐하게 되는 비오는 날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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