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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패랭이꽃

by Skysketcher 2020. 7. 21.



패랭이꽃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 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류시화

-시집(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중에서-


패랭이꽃을 처음들어봐 네이버에서 찾아보았다.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며 붉은 보라빛을 띄며 잎과 열매를 말려 약초로도 쓰인다고 한다. 산허리, 바위  틈과 같은 메마르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이 꽃은 꽃의 모양이 옛날 민초들이 쓰던 모자인 패랭이를 닮아서 이름 붙여졌다고 하고, 문학작품에서는 이 꽃을 소시민으로 비유한다고 한다.


시인은 나와 타인에 대한 결심으로 자신의 삶을 힘들게 했고 그것을 자꾸 눈에 밟히는 패랭이 꽃에 비유한다.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지만 잊혀지고 싶은 상반된 마음에 쳐다보는 패랭이 꽃. 


시인의 배경을 알 수는 없다. 자신과 사람들에 대한 결심, 그것으로 힘들었던 삶, 기억되면서 잊혀지고 싶은 마음.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인의 마음을 흔하게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패랭이꽃에 비유한 배경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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