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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인생을 다시 산다면

by Skysketcher 2020. 7. 19.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중의 하나이다.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나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그런 무리 중 하나였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나딘 스테어(85세, 미국 켄터키 거주)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중에서-



아직 어린나이라 지나온 날들의 후회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크다. 하지만 과거의 후회가 적은것도 아니다. 첫번째로 고등학교를 적극적으로 자퇴하지 않은것. 고등학교 다니는 3년 내내 힘들고 괴롭고 그 이후로 경험하지 못하고 앞으로 하지 않을 고통들을 겪으면서 지냈다. 왕따를 당하거나 신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 자신을 옥죄고 고통속에 몰아넣으면서 그때의 내 인생 순간순간을 놓치면서 지낸 그 3년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가끔 꿈속에 나타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지금의 현실이 학창시절보다 더 삭막하고 건조하면서 살아내기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내 학창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다. 3년 동안 하루도 기억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고통스럽게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친구들과의 우정도, 나눴던 얘기들, 꿈꿨던 희망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나를 좀 더 인정하고 사랑해서 빠르게 포기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나를 상처내고, 정신을 도려냈었다. 그때 나 자신을 좀 더 인정해줬더라면..


두번째로 정작 필요한 공부를 하지 않은것. 너무 무지해서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체 사는 대로 생각하면서 산것이 후회된다. 생각은 접어두고 피곤하면 자고 먹고싶으면 먹고 쓰고 싶으면 쓰는 기본욕구에 충실한체 더 먼 곳을 보지 못하고 지내왔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고 이렇게 사는 삶도 옳다고 믿었었던적이 있었다.


세번째로 책을 멀리한것. 도파민에 중독되어 SNS에 취하고 시간낭비하면서 나 자신을 가꾸지 못했다. 지적호기심은 있었지만 실천이 부족했고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도 많은 후회를 하면서 살 것이다. 순간순간에 충실하면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것에 후회할것이고 미래만 생각하다 현재를 갖지 못한것에도 분명 후회할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분명 옳은것은 있고 하지 말아야할것은 존재한다. 앞으로의 후회가 그땐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문제였음을 그리고 그땐 그것이 최선이였음을 인정하는 후회가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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