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계획
난 인생의 계획을 세웠다.
청춘의 희망으로 가득한 새벽빛 속에서
난 오직 행복한 시간들만을 꿈꾸었다.
내 계획서엔
화창한 날들만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수평선엔 구름 한 점 없었으며
폭풍은 신께서 미리 알려 주시리라 믿었다.
슬픔을 위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 계획에서다
난 그런 것들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고통과 상실의 아픔이
길 저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난 내다볼 수 없었다.
내 계획서는 오직 성공을 위한 것이었으며
어떤 수첩에도 실패를 위한 페이지는 없었다.
손실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았다.
난 오직 얻을 것만 계획했다.
비록 예기치 않은 비가 뿌릴지라도
곧 무지개가 뜰 거라고 난 믿었다.
인생이 내 계획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인생은 나를 위한 또다른 계획서를 써 놓았다.
현명하게도 그것은
나한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내가 경솔함을 깨닫고
더 많은 걸 배울 필요가 있을 때까지.
이제 인생의 저무는 황혼 속에 앉아
난 안다. 인생이 얼마나 지혜롭게
나를 위한 계획서를 만들었나를.
그리고 이제 난 안다.
그 또다른 계획서가
나에게는 최상의 것이었음을.
글래디 로울러(64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에서-
오랜만에 시를 접한다. 한동안 접어두고 잊고 지냈다. 어릴적 독서가 습관이 되기 전 시를 먼저 접했다. 보통 일반 서적보다는 얇은데 책 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것 같았고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감탄했었다. 어릴적에 시를 써보는 숙제를 했었는데 부모님에게 칭찬 받았던 기억이 있어 시집이 책보다 좋았다.
유튜브를 보다가 한 유튜버가 인생을 바꿔준 책 중에 하나로 이 시집을 소개해 주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시집. 군대에서 이 시를 처음 접했다. 주말 개인정비 시간에 독서방에 가서 여러권 펼쳐보다가 시집 제목이 맘에 들었고 책을 펴고 몇분만에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시는 속독이 불가능하다. 천천히 문장을 꼭꼭 씹어봐야 의미 이해가 되고 내 삶에 투영시켜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 이 시 또한 그렇다. 한 문장마다 '아 이거 완전 내 얘기' 같았다.
지금도 힘들지만 2년전 진행되야하는 인생플랜이 한순간에 엎어지고 난 뒤 너무 힘들었다. 계획대로 되 가고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을때 절망했고 앞으로 어떤 희망을 그리면서 나아가야하는지 모르겠어서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지금도 막막한 상태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내 뜻대로는 안되지만 이것또한 내 인생의 계획의 일 부분이라고 인정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경솔하게 생각말고 꾸준히 앞으로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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